기타

인생에는 일정한 흐름이 있다-거대투자은행(Bulge Bracket)

bitkhan 2013. 4. 22. 23:18

거대투자은행(구로키 료, 최고은 역, 펄프, 2011) 1,2권 각 600쪽 이상

기간: 2013.4.12-21

 

광진도서관 책시장에서 일본작가가 쓴 <거대투자은행>이라는 두권으로 된 소설책을 샀다. 경제분야이긴 하지만 소설형식이라 기존에 읽었던 경제서적에 비해 좀 가볍게 읽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다.

 

이 책은 미국 투자 은행이란 무엇인지, 거액의 이익을 거두어들이는 투자은행의 이면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속속들이 공개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2가지였다. 하나는 저자가 국제 금융계에서 활동한 금융맨 출신이라 생동감 있고 때로는 투자은행의 딜링 룸에서 바로 튀어나오는 날 것의 단어들을 듣는 맛, 또 다른 하나는 때로는 전문용어들 때문에 약간 어렵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친절하게도 2권 뒤쪽에 경제용어해설을 따로 실어놓았다. 이 부분을 먼저 읽고 읽으면 소설의 흐름을 좀 더 쉽게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시공간적 배경은 1980년대에서 2003년까지 미국과 일본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가쓰라기는 일본의 도도은행을 퇴사하고 미국의 모건 스펜서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후 투자은행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가쓰라기는 점차 금융맨으로서 성공하게 되고 나중에는 일본의 은행에 스카웃되어 다시 일본의 금융시스템을 선진화하는 일을 담당하게 된다.

 

미국 투자은행들이 돈을 버는 방식 중에 처음 나오는 것이 차익거래이다. 차익거래는 동일한 채권이 지역에 따라 수익률이나 가격이 다를 경우, 비싼 채권을 매도해 싼 채권을 구입하고, 가격이 같아지는 시점에서 반대 매매해 위험 없이 이익을 얻는 수법으로 무위험 거래라고도 한다. 특히 미국계 투자은행들이 선진 금융기법, 그리고 기기의 선진적 도입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확보하여 전 세계 금융시장을 리드하는 것을 보며, 우리나라의 97년 외환위기(IMF 구제금융), 2008년 미국발 외환위기(리먼 브라더스 파산)등이 생각났다.

 

There is a tide in the affairs of men (인생에는 일정한 흐름이 있다)은 셰익스피어으 <율리우스 카이사르> 4막 3장에 나오는 대사다. 모든 일에는 모두 때가 있으며, 일을 이루려면 그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2권, 62쪽)

 

가쓰라기가 금융맨으로서 성공한 이면에는 바로 위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직으로 밀려났을때도 다른 동료들처럼 바로 퇴사를 결정하기 보다는 때를 기다리고 결국은 재기하는 기회를 잡게 된다.

 

이 책은 투자은행에 관한 명암을 같이 보여주고 있다. 투자은행 직원들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고액연봉으로 장미빛 인생을 사는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성과가 좋지않으면 언제든지 해고되는 씁쓸한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때 같이 일하던 후배를 만났을때 가쓰라기는 다음과 같은 말을 듣게 된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투자 은행 업무는 결국 머니 게임이잖아요. 돈과 서류를 이쪽에서 저쪽으로 움직일 뿐이죠. 미친 듯 일해 거래를 성사시키면 샴페인을 터뜨리고...정신을 차려보면 아무것도 남은게 없는...." "결국 남는 건 툼스톤과 돈밖에 없지."(2권 201쪽)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 나이가 되면, 자주 질문하게 된다. 내가하는 일에서 얻는 것이 돈 이외에 무엇이 있을까?

 

모처럼 대학 은사를 모신 동창회 모임에서 은사는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준다.

자네들은 졸업하면 다양한 길을 걸을 게야. 그리고 다양한 위치에서 여러가지 판단을 하게 되겠지. 그럴 때 자신의 판단이 과연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 항상 생각해 봤으면 하네. 만일 법률이, 사회를 위한 자네들의 판단에 반한다면 법률을 바꾸기 위해 애써야 하네. 그리고 나라를 위해 힘써 주길 바라네.(2권 316쪽)

 

은사의 말은 외국계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가쓰라기의 마음에 항상 하나의 화두가 되어 남는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가쓰라기는 고액연봉이 보장되는 외국 투자은행의 임원직을 버리고 일본은행의 투자은행부문을 총괄하는 본부장으로 이직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다음 이직시에는 더 큰 은행에서 더 큰 직책을 맡아 활동하게 된다. 그의 선택은 무엇에 기인할걸까? 애국심, 아니면 자신의 꿈!

 

주요등장인물

가쓰라기 에이이치: 일본의 도도은행에 근무하다가 사직서를 내고 미국 모건 스펜서로 이직, 부서는 저팬데스크, 직급은 투자은행본부 바이스프레지던트

다치바나 슌스케: 모건 스펜서 근무, 직급 디렉터

류진 소이치: 살로몬 브라더스 근무, 직급 트레이더

존 메리웨더: 살로먼 브라더스에서 근무하다 후에 LTCM 이라는 펀드회사를 차림

 

주요용어

차익거래: 동일한 채권이 지역에 따라 수익률이나 가격이 다를 경우, 비싼 채권을 매도해 싼 채권을 구입하고, 가격이 같아지는 시점에서 반대 매매해 위험 없이 이익을 얻는 수법.(86쪽)

 

주요조직

모건 스펜서: 조직은 크게 투자 은행 본부(investment banking division,IBD), 채권 본부(fixed income division), 주식본부(equity division)로 나뉜다.

투자은행본부는 기업과의 거래창구이며, 기업 고객의 채권이나 주식발행, M&A등이 주 업무다. 채권본부는 미국채, 유로 채권, 지방채, 주택저당증권등 다양한 채권 세일즈(투자가에게 판매)와 트레이딩(개인이 구입해 매매)이 주 업무이며, 스와프나 옵션 등 파생 금융상품도 다루고 있다. 주식본부는 전 세계 기업이 발행한 주식이나 전환사채를 판매하고 트레이딩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62쪽). 투자은행본부는 다섯 그룹으로 나뉜다. 기업 고객과의 연락 창구가 되는 고객담당 그룹, 기업의 인수 합병을 담당하는 M&A 그룹, 기업 고객의 채권 발행을 담당하는 DCM(debt capital markets)그룹, 기업 고객의 주식 발행을 담당하는 ECM(equity capital markets)그룹, 그리고 부동산 그룹이다.(73쪽)

 

추천도서:

이 책을 이해하려면 금리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필요하다. 예전에 읽던 책 중에서 기억이 나는 것이 있어 찾아보았다.

"금리실력이 부의 차이를 만든다" (최기억, 거름, 2008년 출간) 이 책도 역시 뒤부분에 용어해설을 실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