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스토리에 매료되었다.
우연히 불꺼진 잡화점에 숨어들었다가, 본의아니게 고민상담을 해결해주는 젊은이들의 이야기. 우유배달통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책을 읽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야탑역이다.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80%이상의 사람들이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무엇가를 하고 있었다.
TV나 동영상을 보는 사람,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는 사람, 음악을 듣는 사람등.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소통의 도구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 눈에는 기이하게도, 바로 현장에서 현장에 있는 사람들끼리의 소통은 거의 사라진것 같았다. 누구도 자기옆의 사람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것 같다.
그들은 각자 자신들의 세계에서 또 다른 세계에 있는 누군가와 소통하고 있는 것 같았다.
현장에서의 소통의 부재. 시간의 뒤틀림이 일어나는 전차안의 풍경.
책속으로.....
사람들은 왜 고민상담 편지를 쓸까? 장난으로 보낸 편지에 답장을 할 필요가 있을까? 이 책의 드러나지 않은 주인공인 잡화점 주인은 이런 말을 한다.
"해코지가 됐든 못된 장난질이 됐든 나미야 잡화점에 이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다른 상담자들과 근본적으로는 똑같아.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휑하닌 뚫렸고 거기서 중요한 뭔가가가 쏜아져 나온 거야. 증거를 대볼까? 그런 편지를 보낸 사람들도 반드시 답장을 받으러 찾아와. 우유 상자 안을 들여다보러 온단 말이야. 자신이 보낸 편지에 나미야 영감이 어떤 답장을 해줄지 너무 궁금한 거야. 생각 좀 해봐라. 설령 엉터리 같은 내용이라도 서른 통이나 이 궁리 저 궁리 해가며 편지를 써 보낼 때는 얼마나 힘이 들었겠냐. 그런 수고를 하고서도 답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없어. 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 거야. 물론 착실히 답을 내려줘야지.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돼."(158-159쪽)
내가 몇년째 상담 글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어. 대부분의 경우,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 그래서 상담자 중에는 답장을 받은 뒤에 다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많아. 답장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지.(167쪽)
당신이라면 이런 질문에 어떤 답변을 하고 싶은가?
공부안하고 백점 맞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백지편지를 보낸 사람에게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으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447쪽)
도서정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