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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벼운 나날-그리고 샤토 마고

bitkhan 2014. 7. 18. 22:25

제임스 설터(James Salter)의 소설 <가벼운 나날: Light Years> 을 읽었다. 아주 긴 기간동안 한 부부의 삶을 밀착취재한 것을 들여다본 느낌이다.

책은 비리(Viri)와 네드라(Nedra) 이들 부부의 거의 20년간의 결혼생활의 궤적을 따라 진행된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뉴욕시 교외 허드슨 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저택을 마련한 이들 벌랜드 부부는 친구도 많고 와인을 정말 좋아한다. 자주 저녁식사에 친구들을 초대하고 와인을 마시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여름엔 멋진곳으로 휴가를 떠나고, 두명의 여자 아이들은 예쁘게 건강하게 성장한다.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삶속에서 조금씩 균열이 보인다. 제목으로 정리하자면, 빛( Light)처럼 밝던 삶이 시간(Years)에 마모되면서 서로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고 각자 다른사람과 비밀의 관계를 시작한다. 

비리의 말처럼 "인생은 선택이고, 한번의 선택은 바닷속에 던져진 바위처럼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이들 부부의 선택은 가볍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래서 더 우리의 삶과 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삶에서 하는 선택들은 다분히 충동적으로 결정되며 주관적이고 감정적이다. 심사숙고해서 살아가지 않는다. 행동의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 선택의 순간에서 우리를 가볍게 한다. 그러다 오랜 시간 수면아래 잠복해있던 선택의 결과가 어느날 한강의 괴물처럼 솟구쳐 오르며 그 무시무시한 모습을 드러내면 우리는 결과의 무게에 짓눌리게 된다. 그때부터 무시해도 좋은정도로 미세했던 균열은 점차 삶을 조금씩 무너뜨리는  틈으로 커지게 된다.

작가 설터는 이 책을 기술하면서 화자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I am going to describe her life from the inside outward, from its core, the house as well, rooms in which life was gathered, rooms in the morning sunlight, 

작가는 부부 특히 네드라의 삶의 모습을 내면에서 외부까지 그리고 집, 방들, 책등을 마치 카메라로 들여다보듯이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 책의 2장에 묘사되는 이들 부부의 삶의 모습은 더할 나위없이 매력적이다. 디너파티, 음식, 와인, 음악, 회화, 소설, 친구들, 그리고 즐거운 대화등.  

이 책에서는 유난히 파티를 준비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여주인공 네드라의 삶은 우리 삶의 기본축인 의식주가 전부를 차지한다. "Her real concern is the heart of existence: meals, bed linen, clothing." (p.8, Light Years)

그 중에서도 친구들과 함께하는 디너파티. 그 디너파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와인이다. 첫번째 장면에서 파티를 준비하며 등장하는 와인이 마고이다. 

November evening, immemorial, clear. Smoked brook trout, mutton, an endive salad, a Margaux open on the sideboard. (p.9) 

그냥 스쳐지나가는 장면처럼 언급되기에 잘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마고는 정말 대단한 와인이다.

샤토 마고 Chateau Margaux 는 프랑스 와인의 우아함의 상징이자 프랑스인들의 자존심이다. 보르도의 명와인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지역명을 와인의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샤토 마고의 명성은 일찌기 200여년 전 미국의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이 샤토 마고를 "프랑스 최고의 와인"이라고 극찬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2차 대전에 대한 사죄장소로 선택되었으며 경영악화로 미국 자본에 매각될 위기에서도 프랑스정부가 나서서 지킬 정도로 프랑스인들에게는 국가적 상징을 갖는 와이너리이다. 샤토 마고에 매료된 헤밍웨이는 자신의 손녀에게 마고 헤밍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출처 : 와인홀릭
글쓴이 : 빈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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